2012년 8월 21일 화요일

두발로 서기

나는 어릴 때부터 잘, 못 뛰어다녔다.
고등학교 때까진 커다란 장스포츠가방이 내 어깨를 늘 짓눌렀다.그래서 어깨는 굽었고 골반은 뒤로 빠져서 직립보행에 실패한 유인원같이 걸었다.
시험기간엔 목이 너무 아파서 차라리 목에 깁스를 하고 다니면 어떨까..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내가 머리가 진짜 무겁긴 무겁나 보다 목이 머리를 지탱을 못하네 싶었다.

여름, 무더위와 가을 장마 사이 어느 즈음에 서점에 나갔다 걸어 돌아오질 못했다. 잠 좀 잘못 잤나, 싶었던 등의 통증은 강남 교보문고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나의 발걸음을 비틀어놓았다.
그래서 목디스크 진단을 받고 할머니모드로 치료중인데,

우연히 장마비만 바라보다

아... 나는 걷기를 실패한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동생의 독후감에 따르면,
인간의 척추측만증이나 디스크와 같은 질병은 인간이 네발로 걷다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기회비용이라 한다.
소름이 오싹, 끼친다. 네발로 걸어다녔다면
차곡차곡 쌓인 뼈들은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왔을 것이고
목과 허리의 에쓰라인도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을 것인데.

거기다 더 끔찍한 것은 좌식생활을 오래 하기 시작한 인류,

원래 앉는다는 것은, 아주 가끔씩 앉는 자세 아닌가, 긴팔원숭이도 나무 잡고 뛰어다니다가 잠깐 앉는 건데,
이 알수없는 인간이란 동물은 하루에도 다서여섯시간씩 앉아있어야 한다.
원래 동물은 먹는 것도 서서 먹었다.
디스크 환자에게 가장 끔찍한 자세는 앉아 있는 것이다.
어젯밤, 어두운 밤에 창문 열어놓고 잠을 계속 못 이루고 참 슬펐다.
..
나는 걷기에 실패한 인간이구나, 인간인데 걷지도 못하고..
참 씁쓸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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