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7일 월요일
성폭행에 관련하여1
근래 두 남자와 짧게 스쳐지나간 대화속에, 나의 한토막 짧은 감상. 주제는 다소 민감할수 있는, 성폭행. 일단 대한민국에 이렇게 많은 성폭행이 일어나고 있었구나... 싶다. 물론 이제까지 조명이 안되었을 뿐이지.. 라고 생각해오긴 하지만 하루에도 몇번씩 새로운 성폭행 뉴스를 접한다.
대화는 물론 우연이나 둘 다 군생활과 연관하여 시작했다. 커다란 휴게실 소파에 드러누워 야식, 게임, 야구, 클럽과 같이 시시껄렁한 얘기들을 주고받고 있었다. 기억을 되살리자면 내가 Z의 신경을 건드린 것 같다. Z는 다소 심드렁하게 말했다. 아 그거 뭐 여자들 책임도 없지 않아 있지. 밤에 말이야 짧은 치마 입고 술취해서 돌아다니고 말이야. 그리고 덧붙이기를 물론 니가 군대를 안 다녀와서 이 사회..말이야? 응 사회구조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으로 시작하는 약간의 상대에 대한 존중처럼 보이게끔 하는 대화방식...
그날 밤은 이곳에 내려와서 가장 우울했던 날이었던 것 같다. 여러가지 문젯거리와 생각할 것들이 얽히고 섥혀 애꿎은 전화기만 보며 혹시나 나를 찾는 이 없을까 생각했다. 누구든 옆에 있었으면 해서 밖으로 나갔더니 깜깜한 하늘에 별조차 보이지 않고 운치있다고 생각했던 어제의 기억따위 사라지고 이곳처럼 황폐한 곳은 없구나 싶었다.
두번째는 친한 친구의 전화였다. 링링 울리는 전화기소리만 기다리다 받은 친구에게 이 일화에 대해 다소 격앙되어 이야기하긴 했는데. 친구는 또래의 젊은 여자아이들에 대해 비판했다.
자기밖에 모르고, 이기적이며 극단적인 사고를 한다. 예를 들면 성폭행문제에 대해 무조건 남자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든가.
성폭행문제에 다가가는 방식이 다소 극단적이게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성폭행뉴스를 들으면 일단 화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 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분노의 본바탕은 두려움이다. 혹자는 성범죄알림 사이트에 주소를 쳐보는 것조차 꺼렸다. 아는 동생에게 심드렁하게 이야기했을 뿐인 오빠에 대해 다소 감정적으로 이야기한 나에 대한 친구의 생각처럼, 일반적으로 분노와 두려움이 섞여나오는 감정적인 반응은 사람들에게 반감을 줄 법하다.
성폭행! 하면 무조건 남자잘못 아니야? 처럼 내가 위에서 느꼈듯 "너무나 전형적이고 생각없이"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얕게 내가 생각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일단, 친구가 왜 이렇게 생각했을까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나와 다른 의견을 내놓는 친구에 대한 이해의 시간.
친구는 한 가지 비유를 했다. 지갑이 없어졌다, 지갑을 누군가 훔쳐갔다. 물론 훔쳐간 놈도 나쁜놈이지만 훔치게끔 아무데나 지갑을 둔놈에게도 책임이 있어. 그렇지 않어? 물론 성폭행은 나쁜 거지만 여자한테도 분명 책임이 있는 거야. 요새 여자애들은 너무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흑백논리로 다 누구 잘못인양 다가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친구는 군이라는 특정한 환경에서 비유한 것과 비슷한 상황의 경험을 한 것 같다. 분명 피해자처럼 보이는 이에게 책임을 전가해버리는 상황을 겪은 것 같다. 마음고생도 했을 것이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한테 이야기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갑이 없어지거나 사기를 당하거나 하는 문제와 성폭행은 비교될 수 없는 문제다. 굳이 엄격한 기준으로 과실의 책임을 묻는 문제라면, 친구의 의견과 나도 같다. 상황이 상황마다 각기 다른만큼, 모든 과실과 책임이 성폭행가해자쪽이다 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또 가장 최근에 일어났던 어린 자매 성폭행사건과 관련하여, 성폭행가해자의 보호되지않는 사생활에 대해서도 논란의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황마다 다른 가해자의 특정 상황을 고려하지않고 일괄적으로 마녀사냥되는 언론이라든가.
하지만 내가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모든 상황의 원인은 상황마다 다르고 그것에 대한 각기다른 반응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무엇보다 화가났던 것은 친구와 오빠처럼 이야기하는 태도였던 것 같다. 성폭행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예방은 <야동보지않기> <여자는 밤에늦게다니지않기> 내지 <화학적 및 물리적 거세>와 같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변화다.
단순히 남녀사이의 벌어지는 일로 치부하는 인식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학급에서 벌어지는 누가 내지갑훔쳐갔어 다들 손 머리위로! 와 같은 사태처럼 누가 원인제공의 비율이 큰 것인가를 따지는 문제 이상의 접근이 필요하다.
(학교가야되는데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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